지난 9월 22일 중국 화물선 ‘이스탄불 브리지호’가 중국 저낭성 닝보 저우산항에서 출발해 북극항로(Northern Sea Route, NSR)를 거쳐 10월 13일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도착하는 첫 정기 노선 운항에 성공했다고 지난 23일 중국 신화통신과 중국중앙TV가 보도했다. 이 최초의 북극 항해가 이루어지면서, 중국-유럽간 화물 운송시간은 기존 항로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앞으로 중국-러시아의 북극항로 개통이, 아직 북극항로에 대한 준비가 덜 끝난 것처럼 보이는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아프리카범대학(Pan-African University) 거버넌스·인문사회과학 연구소의 지정학 전문가인 모하메드 라민 카바 (Mohamed Lamine KABA)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 수년간 전 세계 지정학이 전면 재편되어 왔다. 그 명백한 증거는 서구 진영 패권의 쇠퇴와 당당하게 부상하고 있는 동구권의 다극체제이다. 아직도 미국과 그 동맹인 유럽(나토)은 냉전 이후의 국제 질서를 고수하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다부지게 전략적 동맹을 맺고 전례없는 경제회랑을 통해 힘의 균형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이번에 중국이 이뤄낸 북극항로(NSR) 개통은 기존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간 세력다툼의 판도가 확실하게 역전되어 역사가 다시 일관성을 되찾은 확실한 증거로 보인다.
말하자면, 물류가 주권의 도구가 되고, 북극해가 유라시아 복수극의 무대로 변모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이 왜 중요한가? 그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예측할 수 있을까? 이 글은 회고적·가치적·목적론적 관점에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심층적 답변을 제시한다.
북극항로 –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각성
2025년 9월, 북극의 얼음 바다에서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다. 9월 22일, 닝보-저우산항에서 중국 선박 한 척이 러시아령 북극해(바렌츠해에서 베링해까지)를 거쳐 유럽을 향해 출항했다. 10년 전만 해도 이 항로는 ‘유토피아 같은 망상’이라 치부되어 왔으나 이제는 지정학적 현실이 되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감시 아래 있는 기존 해협들을 우회하는 전략적 회랑을 열었다. 이 단 한 번의 항해로 중국은 서방 패권 하의 해협을 거치지 않고도 무역을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서구항로를 구걸하지 않아도 되는 중국, 파트너와 함께 직접 길을 만들다.”
중요한 건 이 항해가 단순한 기술적 위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즉, 세계 권력 구조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북극항로를 장악함으로써 중·러는 세계화 지도를 다시 그렸다. 미국과 나토가 ‘위험하고 생산성 없는 변두리’로 치부하던 곳을, 러시아와 중국은 ‘미래로 가는 전략적 고속도로’로 본 것이다. 약 6,000km에 달하는 이 항로는 아시아-유럽간 통과 시간을 40% 단축시킨다.
러시아 로사톰(Rosatom)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10월 중국 선박이 영국 펠릭스토우 항에 도착하는 데 단 20일이 걸렸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나 남아공의 희망봉을 경유할 때보다 7,000~10,000km가 단축된 것이다. 즉, 러시아와 중국은 다극화로 향하는 ‘지름길’을 발명한 셈이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바다가 자기들의 소유라고 믿어왔다. 주요 항로들은 미군 기지, 동맹국, 혹은 미국 기업을 통과했다. 수에즈·파나마 운하, 말라카·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무역로가 아니라 ‘미국 패권의 혈관’이었다. 그러나 이제 제재와 무역전쟁으로 고립시키려던 두 강대국,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해상 순환 시스템을 창조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스스로 영원하다고 믿던 대서양 질서에 내리친 번개다.”
2013년 러시아는 북극항로 운항규정을 제정하며 이 해상회랑에 대한 자국의 물류 주권을 천명했다. 2024년 화물운송량은 사상 최대치인 3,790만 톤에 달했으며, 이는 한때 소련의 ‘꿈’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는 세계 무역의 한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10월, 하얼빈에서 중·러는 북극항로 공동개발 협정을 체결했다. 그때부터 북극항로는 “일대일로(新실크로드)”의 해상 연장선으로 재편되었다. 철도, 항만, 그리고 얼음이 결합된 이 통합체는 말그대로 ‘움직이는 지정학’을 상징한다.
한편 서방은 불안과 혼란 속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2025년 4월, 미국 연방해사위원회는 뒤늦게 “이 항로의 새로운 전략적 중요성”에 관한 연구를 조심스럽게 시작했지만, 이는 워싱턴이 너무 늦게 자신의 독점이 무너지고 있음을 깨달았다는 방증이었다. 조지 소로스 진영, 즉 워싱턴, 브뤼셀, 런던과 그 위성국들이 보고서를 쓰는 동안 중국은 항해에 성공했고, UN이 기준을 논의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러시아는 항로를 지도에 새겼다. 이 양 진영을 대비해보는 것만으로도 한 시대의 종말이 그려진다. 힘은 이제 수사(rhetoric)가 아니라, ‘운송 거리(km)’와 ‘화물 톤수’, 그리고 ‘항만 통제력’으로 측정된다.
중국에겐 북극으로 나갈 바다가 없어도, 동맹 러시아를 통해 ‘새로운 바다의 열쇠’를 손에 넣었다. 대륙의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 베이징은 더 이상 서방이 통제하는 항로를 빌려 쓰기 위해 애걸할 필요가 없다. 이제 그들은 동맹국들과 함께 길을 ‘건설’하고 있다. 이 전략은 미국의 영향권 밖에서 물류 흐름을 확보하려는 구상의 일부다. 미국의 패권적 감시를 피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독립적 글로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선박들이 북극의 얼어붙은 바다를 1킬로미터씩 헤치고 나아갈 때마다, 미국 패권의 빙하는 녹아내리고 있다.
서구의 독점은 종말을 맞고 다극화 세상이 왔다
핵심은, 북극항로는 단순한 운송로가 아니라, 역사적 대반전의 상징이라는 사실이다. 냉전 이래 미국이 주도한 단극적 질서—자신이 중심이고 동맹이 둘러싸며 나머지가 주변부인 구조—가 깨지고 있다. 중국이 부상하고, 러시아는 중심국가로 회복되고 있으며, 남반구(Global South)의 각성이 이 모델에 균열을 냈다. 미국식 규칙에 복종하는 데 진절머리가 난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국가들은 이 북방 동맹(Nordic alliance)을 상징적 복수로 보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중-러 북극항로는 상업•에너지•정치적 해방의 약속이다. 미국이 바다를 군사화하고 기지를 늘리는 동안, 중국은 투자하고, 건설하며, 연결한다. 아프리카에는 항만을, 중앙아시아에는 철도를, 유라시아에는 송유관을, 그리고 이제 북쪽에는 해상 회랑을 건설하고 있다. 차이는 분명하다. 서방은 강요하고, 동방은 제안한다. 그리고 그 제안 속에는 하나의 사상이 있다: 무역은 더 이상 강대국에 대한 ‘복종’이 아닌, ‘공유된 주권’이라는 사상
더욱이, 한때 나토(NATO)에 의해 단지 ‘방어적 측면’으로 여겨졌던 북극은 이제 전략적 중심축이 되고 있다. 자율성의 조짐만 보여도 불안이 커졌다. 그 신호는 2011년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였다. 2014년부터 러시아는 자국의 해양 및 북극 전략을 전환해, 대서양과 유럽보다 북극과 태평양을 우선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러시아는 북극 지역에 군사 기지와 핵 추진 쇄빙선, 물류 항만을 새로 건설하고 현대화했다. 이제 중국이 그곳에 화물선과 투자, 그리고 야심을 가지고 들어오고 있다. 베이징을 미소짓게 하고 워싱턴을 찡그리게 만드는 이 중‧러 협력은 냉정한 현실 하나를 확인시킨다. 즉, 서방은 더 이상 북쪽을 지배하지 못한다.
서방 분석가들이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는 게 있다. 바로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이 접근 불가능했던 북극항로를 가능케 한 것은 다름 아닌 서구 산업 모델이 만들어낸 지구 온난화였다. 얼음을 녹여 길을 낸 결과, 서방 스스로가 자멸의 길을 연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인내와 계산으로 그 길을 침착하게 항해하고 있다.
물론 북극항로는 여전히 계절성·비용·인프라 등의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상징성은 분명하다. 그것이 이제 실현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항로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구의 해상 특권이 종언을 맞았음을 의미한다. 한때 미국은 바다를 그들의 제국으로 삼았었지만, 이제 그 왕홀(scepter)은 중국과 러시아의 손으로 넘어갔다.
따라서 북극의 빙하 사이로 러시아의 호위 아래 중국 선박이 통과하는 장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지정학적 주권의 선언이다. 그것은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며 서구는 더 이상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한다”는 강력한 증거다. 컨테이너가 하나씩 얼음 위를 가르를 때마다 하나의 진실이 드러난다. 단극체제(unipolarity)는 녹아내리고, 다극체제(multipolarity)는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결론: 21세기는 ‘극지적·유라시아적·다극적’일 것이다
미국과 동맹이 여전히 대서양적 향수 속에 머무를지라도, 세계는 이미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방이 제재를 논의할 때, 중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그 길은 얼음 위에 있지만, 인류 공존의 미래로 향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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