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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빠진 아세안, 바이든이 美 위상 회복할까?

- 오바마 시절 ‘아시아 중심주의’로 돌아갈 채비 마친 바이든 행정부
‘- 아시아 피벗 2.0’, 잃어버린 미국의 제자리 찾기 시도
- 트럼프 시대 미국의 아세안 이탈 결과, 동맹국들 중국에 뺏겨


 

지난 19일, 파키스탄의 살만 셰이크(Salman Rafi Sheikh) 국제관계 애널리스트는 NEO(신동방전망) 칼럼을 통해 비교적 냉정한 현실 분석을 바탕으로, 미국의 대 중국 압박 정책 중 하나인 "아시아 피벗 2.0"이 전통적인 역내 동맹국들의 비협조로 인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번복 의사를 분명히 했다. 새 정권은 구 정권의 전반적인 흐름을 뒤집을 준비가 돼있다. 국내 정책 뿐 아니라 대외 관계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시대 워싱턴의 글로벌 '무역전쟁타겟은 중국이었다. 민주당도 트럼프의 전술을 비판한 것일 뿐 전쟁 자체는 아니었다. 원칙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항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동의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부상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 새로운 전략은 실제로 전혀 '새롭지 않다.’ 이는 단지 오바마 시대 아시아 중심주의(Pivot to Asia, 이하 아시아 피벗)"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일 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자리매김 방식 변화가 관건인 것이다. 과거 미국은 이 지역에 해군 배치를 강화하며 중국을 위협했다. 이제 바이든 시대의 "아시아 피벗"은 역내 미군 주둔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미국의 패권 유지 못지않게 '중국의 위협'에 맞서는 것이다.

 

'아시아 피벗'으로의 복귀나 '아시아 피벗 2.0'의 등장은 글로벌 정치 질서에서 <미국의 잃어버린 자리>를 회복하겠다는 조 바이든의 정치적 발언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아시아 피벗 2.0'은 아·태 지역에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 활용에 가중치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전의 '아시아 피벗'과는 다르다.

 

'아시아 피벗 2.0'의 등장은 조 바이든이 자신의 보좌관과 참모 등용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 중에는 바이든의 '인도-태평양 고문'과 국가 안보 보좌관을 각각 맡게 될 커트 캠벨과 제이크 설리번도 포함돼 있다. 이 두 사람은 함께 중국에 대항하는 방법 및 수단을 "개발"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19년 외교전문지 Foreign Affairs에 공동 기고한 칼럼에서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전략적 경쟁자'로 전환시킨 것은 맞지만, "중국을 상대로 동맹들과 공동 입장을 결집시키기는 것이 아닌 동맹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걸겠다는 결정은 미국의 지렛대 낭비"라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천문학적인 액수의 '무역 전쟁'에 끌어들이는 대신,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발전을 위한 최선의 지름길인 고품질의 고급 투자 방식에 관한 개발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정책을 따랐다면 미국의 이해관계에 훨씬 더 유리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나라들이 반중(反中)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친()성장, 지속성, 자유적 성향 때문에 그러한 국가들에 투자 지원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들로부터 다자(多者) 자금을 투입하여 각국에 진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주변 동맹국들을 하나로 묶는 고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그들 국가 모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결속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위의 칼럼은 주장한다. 미·중 경쟁 논의의 상당 부분이 양국 차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은 아시아 및 나머지 전세계 국가들과 맺은 공고한 네트워크에 대중(對中) 전략을 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동맹관계를 <군사적· 경제적> 투자 자산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능력 있는 동맹국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만한 어떤 유의미한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바라는 바는 미국이 이러한 장기적 이점을 낭비하는 것 이상 없을 것이다"

 

따라서 캠벨과 설리번은 바이든 행정부에게 보다 효과적인 반중 연합을 구축하기 위해 아시아 연합을 재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연합세력을 건설하는 데는 미국의 군사력이 맡을 특별한 역할이 있다. 커트 캠벨은 최근 미군의 아시아 주둔은 "빅 게임으로 가는 티켓"이었다고 한다. 빅 게임을 위해서는 순항 및 탄도미사일, 무인항공기, 잠수함, 고속타격무기 등의 비교적 저렴한 비대칭 무기와 통해 중국을 저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아시아 피벗 2.0", 제대로 작동할까?

 

결과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긴장을 재 점화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이 지역에서 중국의 입지가 대대적인 변혁을 겪고 있는 시점에 이러한 '아시아 피벗 2.0'가 나온 셈이다. 아세안은 이미 오바마 시대보다 이를 수용하기 훨씬 더 용이한 상태다. 최근 체결된 일부 무역 협정으로 인해 중국의 아세안과의 경제 관계가 증대됨에 따라, 미국 동맹 체제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시아 피벗"을 완벽하게 재검토하기 위해 미국에게는 동맹국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 지역에서 미국이 빠져나간 것을 기화로 태국과 필리핀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 국가 대부분이 이미 중국과의 관계를 재 정립해 놓은 상태다.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이미 중국과 미국 간 중립을 지키거나 더 넓은 지역 게임에서 중국을 경제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향후 10~15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최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아세안 내 공통된 믿음의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에게 있어 중국과 친구가 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다. 정작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중국과 맞서기 위한 미국과의 군사 협력이며, 체결되기 어려웠던 RCEP(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를 무산 위험에 빠뜨려 아·태 전 지역을 위협한다는 발상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눈앞의 현실은 캠벨과 설리번이 조 바이든에게 바라는 야심 찬 군사적, 경제적 개입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야심작인 '인도 태평양 전략'과 매우 유사한 '아시아 피벗 2.0'은 기존의 엄혹한 현실을 미국에 유리하게 뒤집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셰이크씨는 비관적 전망으로 결론을 내렸다.


 


커트 캠벨 전 차관보

 

l  63(1957 8 27일생)

l  미 합동참모본부 및 해군 작전특별정보부장 역임

l  하버드 케네디 스쿨 공공정책 및 국제관계 부교수 및 국제문제센터 부소장

l  오바마 시절 아시아 담당 최고 외교관,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 설계자

l  아시아 그룹 자문단 운영,

l  바이든의 민주당 선거운동 조언,

l  신미국안보연구센터 공동 설립자

l  "커트, NSC에서 인도-태평양 담당 코디네이터 될 것" 백악관 인수위 대변인


참고로 이번 바이든 행정부에서 아시아 정책을 이끌게 될 커트 캠밸(Kurt Campbell)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그의 저작 "피벗"과 Foreign Affairs 칼럼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피벗(The Pivot: The Future of American Statecraft in Asia,2016)”에서

l  중국 부상에 맞서 기존 동맹 강화하고 인도· 인도네시아 등과 긴밀한 관계 구축해야

l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강경 접근법 중 일부 지지

l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대북 거래에 대해 찬사 보냄

l  그러나 트럼프가 이 지역 전체와 충분히 협력하지 못하고

l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주요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저해하고 있다고 비난

 

20199/10Foreign Affairs 공동 칼럼 “Competition Without Catastrophe”에서

  • 중국 위협 하의 기존 질서 유지 위해 아시아에서 "진지한 미국의 재참여" 및 "특별한" 연합· 협력 필요성 역설
  • 아시아에서 미국이 "빅 게임으로 가는 티켓"은 미군 주둔과 현 "운영체제", 즉 중국이 지역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를 저지할 능력
  • 동맹국들과 협력해 인공지능, 로봇공학, 5G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중국 접근을 따돌려야
  • 이들 동맹 위해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무역 시스템"에 대한 비전 제시해야
  • 미국 우선 주의와  항공모함 같은 "비싸고 취약한" 군사 플랫폼에서 벗어나야
  • 순항· 탄도미사일, 무인항공기, 잠수함, 고속타격기 등 저렴한 비대칭 무기로  중국 저지 우선시해야
  • 오바마 시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과거 지지 철회
  • 미국 국내 분위기 상,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다자간 무역 협정 재가입 기대할 수 없어
  • 중국이 지원하는 신 아태 무역 협정과 TPP에 대한 중국의 관심을 "진정한 경각심" 대상으로 간주해야
  • 차기 행정부 북한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 조속한 결정을 내려야
  • 북한의 "도발적" 조치로 이어졌던 오바마 시대의 지연(遲延) 되풀이하지 말아야
  • 핵· 미사일 포기 설득에 진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과의 전례 없는 정상회담에 찬사 보내
  • 미국의 외교 정책, 특히 아시아에서는 어느 정도 대담함이 적절해
  • 트럼프 행정부가 강화한 대만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유지할 것
  • 미국은 중국과 "깊은 전략적 경쟁의 시기"에 직면해 있으며 미국이 "허술한 쇠퇴"중이란 생각 버려야
  • 공화당과 민주당이 중국을 위해 협력해야
  • 기존 동맹국들, 삭감해야 할 지출대상 아닌 투자 자산으로 생각해야

 

아마도 캠벨이 생각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 가운데 가장 큰 도전은 중국의 행동 변화와 더불어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에 대한 협력을 추구하며 트럼프가 조성한 중국과의 골치 아픈 관계를 재조정하는 방법을 찾는 일일 것이다.


※ 본 기사는 리베르타스 뉴스와의 제휴에 따라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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