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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사라지는 교사 의사 기술자...월급 8달러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명문대학 교수 월급 미화 8달러



미국 워싱턴 포스트 지는 지난 3일, 최근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사정을 취재했다. 국가가 작동하기 위해 있어야 할 필수인력들마저 외국으로 대량 이탈함에 따라 기능이 멈춰버린 거대한 국가 시스템은 이제 나라의 미래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네수엘라의 아킬레스 나조아 초등학교 개구쟁이 9학년 학생이 복도를 달려가고 자원봉사자가 뒤를 쫓아간다. 그렇게 도망가서 즐겨 숨는 곳은 항상 상담 교사 로미나 선생님 뒤였다. 하지만 지금 상담실은 비어있다. 로미나 선생님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선생님들도 최근 학교를 떠났다.  

붕괴되어 가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 베네수엘라는 근대 세계사에서 가장 극적인 인재탈출 행렬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의사, 교사, 기술자, 석유 관련 노동자, 버스 기사, 전기 기술자들이 국가를 버리고 떠나면서 이 나라는 미래까지 잃고 있다. 

올해 베네수엘라를 떠난 교사의 수는 48,000명으로 전체 교사의 12퍼센트에 이른다. 매일 음식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식료품 가게의 텅 빈 진열장을 마주하는 것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주된 이유다.  

카라카스 소재 아킬레스 나조아 초등학교의 상담 교사 시아카는 일년 전에 칠레로 떠났고, 레이날도 코르데로 교사는 암시장에서 미화로 환산하면 29달러 밖에 되지 않는 월급으로 살 수 없어 몇달 전 학교를 그만뒀다.


14,000 퍼센트라는 기록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

교장 들리아나 플로어스는 교사들이 떠난 자리를 채워줄 적당한 인력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일부 학급은 몇 달째 수업을 아예 못하고 있고, 3학년은 2주째 가정 학습 조치하고 있다. 학교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겨우 운영을 해가고 있지만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지금 베네수엘라는 일꾼이 없어 군데군데 라인이 멈춰버린 공장에 비유된다. 

올해 들어 다섯달 동안 400,000명이 나라를 떠났고 지난 2년간 무려 1백 8십만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국경을 넘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이 더 있을 걸로 보고 있다. 현재 하루 평균 빠져나가는 숫자는 4,600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위기를 촉발한 것은 사회주의 정책, 재정 실패, 부패,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해석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센트 럴대학의 이민정책 전문가 토마스 파에즈 교수는 ‘의사들이 몇 명 빠져나간다고 해서 문제가 아니라, 이제 병원의 한 층이 통째로 문을 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999년 차베스가 정권을 잡은 이후 상류층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국가 경제가 급격히 추락하고, 마두로 대통령이 5월 20일 재선에 성공하자 국민의 탈출행렬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 때 라틴 아메리카의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식량부족으로 인한 기아와 의약품 부족에 따른 HIV, 말라리아의 폭증으로 심각한 곤란을 겪고 있다. 14,000퍼센트라는 엄청난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계란 한 다스를 사려면 최저임금 기준 5일을 일해야 한다.  

2017년 교사의 평균 월급은 미화 환산 45달러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8달러로 내려앉았다. 

“이대로 가면 베네수엘라는 제 3세계에도 들지 못 할 겁니다” 플로어스 교장이 말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카라카스 전철의 직원도 20퍼센트 줄어드는 바람에 승객들은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서 올라오고 매표소에도 직원이 없다. 전기불도 켜지지 않은 역사는 대낮인데도 어둑하다.  

인력부족으로 도저히 유지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병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카라카스 호세 마뉴엘 어린이 병원의 의사 중 20퍼센트에 달하는 68명이 지난 2년간 병원을 그만두고 나라를 떠났다. 그 중에서도 인력의 반이 줄어든 흉부외과는 오전에만 진료실을 연다. 정상적이라면 간호원은 300명을 더 충원해야 한다. 수술실은 일곱 개지만 두 개 밖에 운영할 수 없다. 

소아과 담당 직원은 ‘수술예약을 하려면 적게는 8개월에서 많게는 1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올해 들어 특히 정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력망을 유지, 보수하는데 필수인 외제 부품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고 숙달된 기술자가 모두 회사를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매일 동료들이 전화를 해서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 등으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라고 한 직원이 말했다. 빈자리를 채우는 새 인력들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성이 많이 결여되어 있다고 한다. 
 
한편, 사이몬 볼리바르 대학은 베네수엘라의 MIT라고 불리는 곳이다.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기술자와 물리학자를 다수 배출해 낸 이 명문대학도 유령도시처럼 황량한 풍경이다. 

2017년에만 129명의 교수가 사직했다. 전체의 16퍼센트에 해당하는 숫자다. 암시장에서 환산되는 그들의 월급이 미화 8달러 수준이니 이해가 갈 만하다. 

대학은 인력 부족으로 어문학, 철학, 전기공학과를 폐지할 예정이다. 

3년 전만해도 전기공학과 학생이 700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196명이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페레즈(20)는 지난 6개월간 먹지 못해서 몸무게가 4.5kg 줄었다고 했다. “더 이상은 못 버티겠습니다. 저도 친구들처럼 떠나려고 해요. 2월부터 지금까지 벌써 15명이나 떠났어요.”

그는 페루로 갈 생각이라고 했다. 페루는 20년 전만 해도 베네수엘라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나라다. 그는 페루에 가서 웨이터든 청소부든 무엇이든 할 거라며, 자신이 많은 걸 바라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 수 있을거라고 말했다.   


(번역 : 글로벌디펜스뉴스 외신번역기자 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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