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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중국 잠수함 괴담

승조원 70명 전원 사망했지만 아직도 원인불명



미국의 국제 정치 및 안보 전문 잡지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는 지난 2월 16일, 여태껏 불가사의로 남아있던 2003년 중국 잠수함 사고를 둘러싼 다양한 추측과 분석을 제시하는 한편, 가장 최근에 등장한 좀 더 정확한 사고원인 발표 내용을 보도했다. 
 
2003년 4월 25일 중국의 고깃배가 바다 위에서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물위로 올라온 잠망경이 흐느적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어부는 즉시 중국의 인민해방군에 신고를 했고 조사를 위해 군함 두척이 출동했다. 

처음에 인민해방군은 영해로 불법 침입한 대한민국이나 일본의 잠수함이 좌초된 것이라고 의심했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중국 국적의 잠수함이었다. 

4월 26일 인민해방군은 조사를 위해 잠수함 안으로 들어갔고 승조원 70명이 각자의 위치에서 잠든 듯 죽어있는 장면을 발견했다. 

장쩌민 주석과 군부는 2003년 5월 2일 사건을 공식발표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인민군 장병들의 값진 희생을 추모하는 한편 사고의 원인을 ‘기계적 결함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 후 한달 동안 내부 조사를 실시한 군은 결국 북해 함대 사령관과 고위 간부를 해임했다. 추가로 6~8명의 장교가 ‘부적절한 명령과 통제’로 강등 또는 해임되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주석은 인양된 잠수함이 있는 장소를 방문하고 희생된 군인들의 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중국 정부는 군대 내 사고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여태껏 전투기 추락, 잠수함 사고 등에 대해서 조사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 만큼은 예외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전세계를 공포로 몰고갔던 사스 사태에 대한 비난을 덮기 위해 중국 정부가 뭔가 큰 이슈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한다. 

사고를 당한 밍급(級) 잠수함 035타입은 구 소련의 로미오형 잠수함을 개조한 것인데 원래는 2차 대전 시 활약했던 독일 U보트가 원조다. 035타입 중 최초 모델은 1975년에 건조되었고 당시에 만들어진 미국이나 러시아의 잠수함보다 적에게 쉽게 발견되는 단점이 있다. 그 때도 중국 해군은 제법 많은 디젤 잠수함을 운용했지만 성능의 한계 때문에 거의 연안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1990년대까지 밍급(級) 잠수함을 꾸준히 건조했다. 361호는 035타입 중 비교적 신형이고 적의 잠수함을 유도 어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장점이다. 1995년 네 척의 035타입 잠수함이 북해함대로 편성되었고 각각 359에서 362번까지 번호를 받았다.  

사고를 당한 361호는 베이징 동쪽 보하이 해(海)에서 훈련 중이었다. 이례적이었던 것은 해군 최고위급 장군 청푸밍 준장이 탑승하고 있었던 점이다. 마지막으로 기록된 훈련일지에는 ‘무음(無音)으로 잠항 훈련하며 웨이하이의 기지로 복귀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무전도 끊고 철저히 잠항 훈련 중이었으므로 본부에서도 열흘이나 지날 때까지 실종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공식적인 설명이 부족하니 사고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등장했다. 

원래 035타입 잠수함의 정원은 55~57명이다. 그런데 사고 잠수함에는 모두 70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공식 발표에 의하면, 그들 모두 교관들이었지만 초과 인원 때문에 내부는 꽤 혼잡했을 것이다. 정원 이상의 승조원들과 청푸밍 준장의 탑승 사실로 볼 때 그들은 뭔가 평소와 다른 임무를 수행 중이었을 거라는 추측이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20여 명의 초과 인력들은 잠수함의 기능 견학을 위해 탑승한 인원들이라고 주장했다. 공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추진력을 내서 운항할 수 있는 AIP기능(공기 불요 추진)은 잠수함의 소음을 획기적으로 없애고 해저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연장시켜 준다. 당시 361호 뿐 아니라 다른 035타입 잠수함들도 AIP테스트 중이었다. 그리고 중국 해군이 추후 대량으로 도입하려는 041타입 잠수함에도 AIP기능을 탑재할 계획이었다. 

한편, 바닷물이 선체의 균열 사이로 침투해 배터리의 산성 물질과 섞이면서 치명적인 염소가스가 발생했다는 추측도 있었다. 

그리고 홍콩의 일간지 ‘싱타오 데일리’는 361호가 적 잠수함에 대응하는 훈련에서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기동을 하다 조종 실수로 선체가 앞으로 기울며 급강하해서 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린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석은 2018년 2월 16일 홍콩의 친정부 신문 ‘웨이보’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승조원들이 디젤 엔진에 의해 질식사했다는 주장이었다. 

일반적인 디젤 잠수함은 공기를 사용해서 베터리를 충전하고 추진력을 얻는다. 공기를 흡입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한다. 하지만 몸 전체가 올라오는건 아니고 선체 윗부분의 스노클이라는 부분만 올라와서 마치 숨을 쉬듯 공기를 주입해야 하며 그동안에도 다른 부분은 물 속에 잠긴 채 운항할 수 있다. 그리고 스노클은 물이 새어들지 않도록 일정 정도 이상 수위가 상승하면 저절도 안에서 밸브가 닫히도록 되어 있다.




웨이보의 발표에 따르면, 361호는 공기 주입 중 수위가 높아지자 스노클이 닫혔는데도 디젤 엔진이 계속 가동되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벨브 오작동으로 스노클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디젤 엔진이 작동하며 배터리 충전을 위해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을 거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디젤 엔진은 선체 내부의 산소를 2분 만에 다 써버린다. 승조원들은 아마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경미한 현기증과 호흡곤란을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고 추정된다. 내부가 진공상태가 되어가자 외부와 기압 역전으로 인해 해치를 열 수도 없었을 것이다. 2013년 로이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론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 현상은 승조원의 훈련부족 때문일 수도 있고 기계 고장 때문일 수도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잠수함 실종사건, 블라디보스톡에서 정박 중인 킬로급 잠수함의 화재사고, 인도 아리한트 잠수함 침수 사고 등은 비록 전시가 아니더라도 잠수함은 많은 위험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승조원의 실수나 기계 고장은 해저 공격무기를 단숨에 물속의 관(棺)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최고 수준의 정비와 제조기술, 승조원 훈련만이 치명적인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무 국가에서나 잠수함을 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중국은 성급하게 군비 증강 및 장비 현대화를 갈망하며 내달리고 있다.


(번역 : 글로벌디펜스뉴스 외신번역기자 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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