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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문재인, 스가의 동상이몽: 다보스 포럼

- 시진핑, 다른 나라 모두 경제난 겪어도 중국만 성장 자랑
- 문재인, 회의 직전 중국과 통화 후 외교 정책 언급 전무
- 스가, 도쿄 올림픽 개최 약속했지만, 호응 없어

세계경제포럼 연설을 통해 한·중·일 지도자들이 화합과 신뢰 회복을 겉으로는 주제로 하는 듯했지만 각자의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고 지난 2일 미국의 아시아 외교 정책 전문지 "The Diplomat"은 분석했다.


 

2021년 세계경제포럼은 스위스 다보스 대신 온라인 화상 회의 형식으로 열렸다.


이 특이한 형식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 한국의 文 대통령,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포함한 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들의 언어는 대체로 비슷해 보였다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들의 야망은 분명하고 제각각 다 달랐다.


올해 다보스의 주제는 "신뢰 회복"이었다.


이는 특히 의심과 분노가 서로의 관계를 악화 시킨 동아시아에서는 칭찬 받을 만한 목표다.


고무적이게도, 세계경제포럼에서 한중일 지도자들의 연설은 긍정과 협력을 약속하는 말들로 넘쳤.


그들은 법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COVID-19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 협력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각자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한 자국의 계획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했다


낙관론자들은 이들의 서로 다른 정치적, 이념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 모두 대체로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결론지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 한국, 일본의 목표는 엇갈리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지도자들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을 신중히 고려해보면 그들의 경쟁은 더욱 선명해진다.


시 주석의 기조 연설


 


행사 첫날의 (화상회의의) 귀빈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었다.

 

15분간의 연설에서,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의 연설로부터 차용되었을 수도 있는 문구들을 대거 사용했다.

 

시 주석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중국은 분열, 대립, 차별, 불평등을 지양하고, 평화, 발전, 공정정의, 민주, 자유를 선호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모티브, "인류 공통의 운명"과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할 때마다 늘어놓는 "윈윈 효과"를 빈번하게 언급했다.

 

하지만, 불현듯 내비친 섬뜩함도 있었다. "늑대전사 외교"의 일면을 암시하며, 시 주석은 "신냉전(a new Cold War)"을 경고했다.

 

이는 중국이 군대를 현대화하고 영토를 주장을 주장함에 따라 미국과 아시아에 있는 동맹국들에 대한 도전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시 주석은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중국이 현재 호주와 캐나다에 정치적 이유로 적용하고 있는 제재 자체는 언급하지 않고 제재로 인한 혼란만 개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독립적인 평화 외교 정책의 충실한 추종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바로 다음날 무력 시위로 이어졌다. 당시 인민 해방군의 제트기들이 중국이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치 국가인 타이완 섬 근처를 비행했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대만 독립 세력에게 경고한다불을 가지고 노는 자들은 스스로 불에 탈 것이다대만 독립은 전쟁을 의미한다.


 

네트워크의 기회


 

세계경제포럼이 다보스에서 열렸다면 시 주석은 다른 지도자들과 만찬을 즐겼을 수도 있다.

 

그는 베이징을 떠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적 네트워크의 기회를 잡았다연설 직후, 한국의 文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文은 시 주석에게 무역, 교육, 팬데믹 대응을 통해 중국과의 긴밀한 교류를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식 논평은 "한·중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서로 밀착되어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교류 협력 증진을 위해 손을 맞잡아 알찬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록에는 아마도 수정되었을 모를 또 다른 중요한 주제가 있었다바로 한미 관계다.

 

2016년 한국이 미국의 사드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도입을 합의하자 중국의 반발이 거세졌다. 대대적인 무역 제재와 함께 한국으로 향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까지 막았다.

 

1년 후, 한국인들은 "3불정책"이라는 중국의 압력에 굴복했다: , 한국이 미사일 방어 추가 배치를 승인하거나, 미국이 주도하는 역내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가입하거나, 미국 및 일본과 공식적인 3국 동맹을 맺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그 후, 트럼프 시대에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상황은 바뀐 것으로 보인다.

 

文은 조 바이든의 취임이 새로운 출발의 여명을 예고했다며트위터에서 바이든의 당선에 과장된 칭찬을 보냈다. "한국 국민들과 함께, 저는 당신의 미국 통합의 여정을 지지한다"고 그는 말했다.

 

취임식 직전 文은 한미동맹의 확고한 지지자로 주목 받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신임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전쟁과 핵무기가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염원과 워싱턴의 정책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은 文의 머릿속에 존재한다.

 

文은 이상적으로는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또 다른 회담을 포함해 바이든 대통령의 북한 문제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그러한 움직임에 대한 지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또한 시 주석이 文과의 전화 통화에서 분명히 밝혔을 수도 있지만 중국은 이를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판 뉴딜정책

 

중국 지도자와의 면담 이후 세계경제포럼 가상 연단에 오른 한국 대통령은 외교 정책에 대한 거의 모든 언급을 회피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文은 자국내 우선 과제, 특히 디지털 인프라 개선과 녹색 에너지 솔루션 지원에 정부 자금을 제공하는 K-New Deal에 대해서만 간략히 설명했다.

 

文은 또한 한국에서 번영을 구가하는 기업들이 그들의 성공을 "덜 운 좋은 사람들"과 공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이익 공유제" 에 대한 언급이었다.  

 

文은 한국 대기업들과 자주 부딪혀왔다.

 

1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계된 부패 혐의로 삼성 후계자인 이재용 부사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2 6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

 

文의 정적들은 그를 '사회주의자라고 부르고, 중도 우파적이며 친기업 정부를 표방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비교하면 그가 좌편향인 것은 분명하다.

 

스가 총리는 지난해 퇴임한 전임 아베 신조 총리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둘의 완전히 다른 정치관과 한일 양국 간 지속적인 긴장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도 文과 스가 둘 다 이번 회의에서 국내 의제 관련 연설 중에는 중복되는 표현들이 많았다.

 

文의 K-New Deal 개념을, 스가 총리는 일본 국내 경제가 '녹색·디지털' 개발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자극을 받을 것이며 이는 '세계에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또한 일본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의 지도자 또한 같은 기간 배출량을 제로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것들이 바로 에너지 자급률이 낮고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두 나라의 야심 찬 목표다


이 지도자들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킬 거라 입으로는 말하고 있지만 협력 의지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역사 문제를 둘러싼 오랜 분쟁은 양국 외교 관계에 오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국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책들이 일본 서점 매장에 눈에 띄게 진열되어 있으며, 많은 한국 소비자들은 유니클로나 도요타와 같은 일본 브랜드를 보이콧하고 있다.

 

바이든 바라기

 

한일 간 긴장 상태는 미국과의 3국 관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스가 일본 총리는 미일 동맹에 대해 에둘러 설명하지 않았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된 국제 사회이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강화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는 일본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시절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이 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총리는 또한 중국이 COVID-19 발병 근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팀이 중국 우한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중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중공 정부가 과학자들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연구 결과를 무시함으로써 비난을 면하려는 것은 아니냐고 주장한다.

 

스가 총리는  "일본은 감염병에 대한 대응 열쇠를 쥐고 있는 WHO가 과학적인 조사와 검증을 투명하게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공약

 

스가 총리의 연설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도쿄가 현재 비상사태에 처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2021년 여름 반드시 개최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지금은 (전염병과의) 전투의 최전방에 서 있는 것은 사실" 이라면서도, 그는 "그러나 우리는 전세계에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 주고, 인류가 COVID-19에 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올림픽을 반드시 개최하겠다고 결심했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일본에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을 호소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세계경제포럼 창립자인 찰스 슈워브는 감사의 인사말을 통해, 스가 총리의 "자신감과 낙관론"을 칭찬하며 감명을 받은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 포럼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다른 어떤 대표도 올림픽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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