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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방정책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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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룡 숙명여대 안보학 교수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매 달리면서 한반도는 세계가 주목하는 안보 실험장이 되고 말았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도 엄청난 수준인데,여기에 더하여 전략무기 강국을 꿈꾸고 있으니 북한의 군사위협을 억제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역량과 지혜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와 동맹국의 힘을 빌리는 노력도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유엔을 통한 제재가 수차례 가해졌고, 한미 동맹 차원에서의 강압 외교 (coercive diplomacy)도 펼쳐졌지만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고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도 강행한 상태에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고 봐야하며, 이 위협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미국으로서는 주한미군을 보호하는 것이 일차적 관심사항이며, 한국은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을 지켜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군사적 식견으로 보면 북한의 핵미사일은 공격용 ‘창’이 되며, 이 무기의 공격을 막으려면 ‘방패’가 필요하다. 


이 방패에 해당하는 무기로 개발된 것이 ‘요격 미사일’ 이다. 미사일 탄두가 발사된 상태에서 이 탄두를 또 다른 미사일 탄두로 명중시켜 공중에서 폭파시키는 기술체계가 바로 요격미사일이다. 그야말로 정밀한 군사기술이며, 이것을 개발하는 나라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 미국이 가장 앞서가고 이스라엘, 프랑스, 중국 등 극소수의 국가들이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요격 미사일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막는 방법은 근본적으로 수세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동시다 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미사일 탄두를 다 막아내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요격미사일의 성공률도 일반에게는 공개되기 어려운 극비사항이므로 논점의 기준이 되기 어렵다. 이처럼 초보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군사 전문가가 아니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난제들에 봉착하게 된다. 그래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의 문제는 공론화되기도 어렵고 또 그렇게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통치자는 국가안보에 대해 절대적으로 위임된 권한과 책무를 가진다. 


우리나라 헌법 제66조 2항에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로 규정되어 있다. 국가 안보정책 입안과 실행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 (헌법 91조 2항)를 운영하게 되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문제는 긴요한 안보정책 어젠다이며, 이처럼 중차대한 사안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룹 정책결정체계’ (collective decision-making system)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고안한 것이 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사일 방어체계와 같은 고차원적 군사기술이 수반되는 안보문제는 대통령이 최고 결정권을 가지게 되며,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 참모진과 군사 전문가들로 구성된 그룹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논의를 통해 결정권을 행사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 한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THAAD 배치와 관련된 논란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첫째, 정치권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되면 정치논리가 안보논리에 침투할 여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국가의 생존적 이익 (survival interest)을 좌우할 안보문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린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에 어긋난다. 안보문제가 간혹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그러한 경우는 비교적 장기적이면서도 기술적인 사안으로 국한된다. 


예컨대 안보환경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외교 영역을 확대하거나 국방개혁 과제들을 추출하는 문제들은 정치적 고려를 포함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방위산업 육성책이나 국방기술진흥책 등의 사안들도 정치적 판단에 의해 방향이 설정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대책은 시급하면서도 절박한 일종의 국가 위기관리 차원에서 다루어질 문제다.


이 문제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 보호 측면에서 관리되어야 할 어젠다이며, 그래서 정치논리 보다는 안보논리를 우선으로 앞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가 절박한 국가 안보 위기상황에서도 그 원인을 규명하거나 대응방식을 찾는 문제들을 놓고 정치적 공방을 벌이거나 사회적으로 온갖 루머가 횡행하는 이상한 풍조에 젖어 있다.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사항을 국민의 알권리를 앞세워 공개하라고 요구하거나 군사지휘권에 해당하는 사항에까지 간섭하려는 경향이 일어난다. 이렇게 해서는 군사안보 영역의 자율권이 보장되기 어렵다.


둘째, 정치논리와 연장선상에서 외교논리와 연결되는 것 또한 국익에 이롭지 않 다. 한국에 THAAD가 배치되는지 여부가 왜 외교 쟁점으로 부상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급기야 우리나라 국방부 대변인이 중국의 간섭에 대해 불편한 심기 를 드러낼 정도로 이 사안이 주변국에게 공개된 배경에 대해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 차원에서 군사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문제, 그것도 군사 기밀로 다 루어져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노출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이 한미연합군 실무 진으로부터 단초가 제공되었다면 마땅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혹시 미국정부 측 에서 이 사안을 흘렸다면 한국정부는 이것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문제를 사전에 흘렸다면 이것은 안보논리를 무시한 것이 되며, 일종의 정치적 간섭이자 외교 흥정물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 측에서 이 사안을 노출했 다면 이것 역시 안보논리를 넘어 정치적 흥정 의지를 드러낸 것이므로 그 자체로서 신뢰도를 잃게 된다. 외교 쟁점으로 부각된 요인을 이 시점에서 가려내자고 주장하는 것이 시의성을 잃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미 THAAD 문제는 외교적으로 불거졌고 그로 인한 심각성을 해소시켜야 할 상황에 봉착했다. 


그런데도 이를 거론하는 이유는 앞으로의 대응책을 강구하는 차원에서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 키기 위해서다. 설령 우리가 핵무기를 자체 개발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해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권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군사주권을 너무 앞세우면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입지가 축소된다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이익의 가장 높은 우선순위는 생존을 좌우하는 군사안보가 차지한다. 지금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면 경제적 이익을 지킬 수 있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정치적으로 중국에 복속되어 위성국이 되고 만다. 이것을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셋째, 안보정책 고유 영역의 결정권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위기상황에서의 안보정책 결정권은 전적으로 통치자에게 주어지며, 통치자는 군사전문가, 안보 보좌진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에 이르게 된다. 통치자의 안보정책 결정권은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국민의 주권 행사를 통해 위임된 권한이다. 통치자의 최종 결정이 반드시 국익에 부합된다는 보장은 사실상 없다. 


그렇다고 사사건건 결정권을 행사할 때마다 국민 전체의 여론을 들어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예컨대 위기 상황에서 전쟁을 결정하거 나 군대를 파견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전투행위를 결정하는 시급한 상 황에서는 그럴만한 여유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군대의 최고 통수권자가 최종 판단하여 결정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통치권자의 이러한 결정권이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 기밀로 보호된 이러한 결정권과 결정과정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기밀에서 해제되어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사항은 법으로 정해지는 것이 옳다. 그래야 통치권자가 전적으로 국익을 앞세워 결정권을 행사하는 풍토를 조성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THAAD 배치와 관련된 사안은 통치권자와 그의 보좌진에게 일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절박하고도 중대한 안보문제를 결정할 때 통치권자가 절대적으로 권한을 행사하 는 것은 보편적인 통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관례는 지켜져 왔다고 본다. 안보적으로 중대한 사안들에서 통치권자의 결정이 존중되어 온 사례는 많다. 예컨대 ‘남북한 정상회담’, ‘남북한 기본합의서’, ‘남북한 비핵화 선언’ 등 한반도 안보상 황을 크게 뒤바꿀 만한 사안들이 대통령의 결정권 하에서 성사되었다. 북한이 핵무기 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면 이는 실로 중대한 안보위협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이러한 전제가 아직 확실하게 입증된 것이 아니 라면 당장의 위협이 아니라 머지않은 장래에 닥칠 위협이 된다. 이것에 대한 최종 판단은 통치권자의 몫이다. 정확한 정보도 그에게 독점되어 있고 그래서 최종 판단 도 통치권자만이 정확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판단에 근거하여 앞으로 어떤 대응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고, 그리고 신뢰하는 수준에서 THAAD 결정권을 맡겨 야 한다. 

  


                                 < 이 민 룡 (李珉龍)소장 약력 >

정치학 박사
숙명여대 안보학연구소장
(사) 한국국방정책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명예이사
민주평통 상임위원 (안보국제분과 간사 역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자문위원 역임 (2012-2013.2)
육군사관학교 교수부장 역임


육군사관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University of Maryland at College Park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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